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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의 식사와 술예절
운영자  (Homepage) 2004-09-03 15:54:11, 조회 : 3,782, 추천 : 883

-  와인에 대하여* -


'와인'의 본고장이라면 대다수는 프랑스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와인은 없어서는 안될 생필품과도 같은 존재니까. 하지만 프랑스 뿐 아니라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위치는 상당히 크다. 우리나 일본, 중국 사람들이 식사할 때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 같이 많은 서양인들은 와인이 없으면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는 것으로 여길 정도다. 그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포도주 없는 식탁은 태양 없는 낮과 같다.'고.

이렇게 서양인들과 와인이 밀접한 것은 그만큼 와인이 많이 생산되고 또 즐겨 마신다는 얘기다. 사실 프랑스는 물론 독일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남미의 칠레,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역은 전 서구지역에 걸쳐 넓게 자리잡고 있다. 또 그런 만큼 많은 서구인들, 특히 유럽인들은 일부 여자와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물 대신 와인을 음료수로 마시고 있다. 우리가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과 같이. 그러면 왜 그 많은 나라들을 제치고 프랑 와인의 왕국으로 손꼽힐까?  

그 이유로는 우선 프랑스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포도를 재배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거의 광적이다시피한 프랑스 사람들이 포도주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 람들에게 포도주란 단순히 분위기 잡고 마시는 술이라는 개념을 훨씬 뛰어넘는다.

식사를 할 때면 요리의 종류에 따라 와인의 종류도 달리해 가면서 마시는 것은 기본이요, 식전에 입맛을 돋구기용 와인. 식후의 디저트용 와인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쓰임도 아주 다양하다. 그뿐인가, 단순히 마시는 것 뿐 아니라 음식을 만들 때에도 포도주가 많이 들어간다. 육류나 생선요리에 와인을 넣어 조리하면 재료가 부드러워지고 좋은 향기를 낼 수 있다고 프랑스 음식의 조리과정에선 빠지지 않는 필수 조미료로 여겨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프랑스 요리의 발전은 포도주에서 왔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게다가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에 까지도 포주를 끼얹어 먹는 프랑스 사람들도 많이 있다. 또힌 프랑스에서 새벽에 볼 수 있는 좀 이색적인 풍경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밤새 일을 한 트럭 운전수나 아침 일찍 도로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카페의 카운터에서 속 달래기용 음료로 한 잔 씩 마시곤 하는데, 그 음료의 종류가 커피나 우유가 아닌 대부분 와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추운 겨울이면 따끈하게 데운 포도주를 마시는 모습은 자주 눈에 띈다. 평소에는 차게 해서 마시는 와인이지만 날씨가 쌀쌀한 날엔 이 따끈하게 데운 포도주가 일품이다. 한번 쯤 시도해 보시길.......

어쨋든, 이렇게 다양한 포도주의 범위에서 알 수 있듯이 와인의 등급은 아주 다양하다. 한 병에 우리 돈 몇 억원 하는 초일류가 있는가 하면  마시는 물보다 싼 가격으로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부담 없는 것도 많다. 유럽인들이 와인이나 맥주를 음료수처럼 마시는 것은, 그곳의 물이 그냥 마시기엔 부적당하기 때문이라고들 얘기한다. 사실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지역은 땅덩이가 석회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물에는 아주 많은 석회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곳의 물을 받아 끓이는 주전자는 한 달만 지나면 석회성분 때문에 허옇게 부식돼 버릴 정도다. 그러니 순수한 물 그대로는 마실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물을 정제한 포도주나 맥주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석회질로 가득 찬 땅, 그래서 어떤 작물도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이 포도재배지로는 아주 그만이란다. 포도주 산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보르드 지역 같은 곳일 수록 그 땅은 오로지 포도만을 위해 덮여 있는 땅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석회질 토양이다.

좋은 포도주를 얻기 위해서는 포도가 잘 자라기에 적합한  토양이 기본이며 한 해 동안 쏟아진 햇빛의 양도 아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을 구입 할 때 생산지역이 어디냐는 것 외에 기본적으로 따지는 것이 몇 년도 산이냐는 것이다. 무조건 수확 년도가 오래됐다고 해서 좋은 와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숙성시키는 과정에서도 변질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쨋든 햇볕이 많아 포도가 잘 된 해의 포도주가 대체적으로 맛 좋은 와인이라고 하니, 와인 애호가라면 그 해를 꼭 기억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참고로 말하면 가깝게는 97년과 96년이 보기 드물게  포도가 잘 된 해라고 한다. 프랑스 양대 와인 산지로는 보르드 지역과 브로고뉴 지방을 꼽는다. 이곳의 와인은 단지 프랑스 사람의 입맛만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 유명세가 대단해서 웬만큼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그 이름정도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보르드의 와인은 강한 맛이 나는 백포도주가 특색이다. 그래서 여성적인 보르드 와인, 남성적인 브르고뉴 와인이라고 불린다. 우리야 아주 특별한 와인 애호가가 아닌 이상 이런 와인의 특색을 들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보통의 프랑스 사람이라면 한 모금씩만 맛봐도 그런 이를 아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니 과연 와인 왕국의 국민들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프랑스 같이 와인이 발달한 나라일 수록 포도주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했다. 그들은 우선 와인은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문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관점에서 보며, 본고장 사람들의 와인 마시는 법은 아주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조건 회피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방식대로 흉내라도 낸다면 그만큼 와인의 참 맛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되는 거 아닌가. 본고장 사람들이 먹는 방식으로 먹어야 그 음식이 가장 맛있는 법. 원래 매너라든가 형식이라는 건 더욱 충실한 내용을 얻고자 만들어진 것이지 않은가.

육류요리는 적포도주, 생선이나 어패류 요리는 백포도주와 함께, 단맛의 포도주는 디저트를 먹을 때 등의 규칙은 그래도 많이 알려져 있다. 영화나 잡지 등에 나오는 세팅된 고급 서양 식탁의 장면을 떠올려 보자. 한사람 앞에 4, 5개 정도의 모양이 각기 다른 와인의 잔이 놓여 있을 것이다. 서양 식탁에서 몇 종류의 와인 잔이 놓여 있느냐 하는 것은 그 날 손님을 얼마만큼 융숭하게 대접하느냐는 주인의 서비스 척도로도 간주된다.

이렇게 어떤 와인을 선택하느냐에서부터 어떻게 마시느냐에 이르기까지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알면 알수록 더욱 세밀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자세히 얘기해 봤자 머리만 찌끈거릴테고, 이 정도는 알아야 그래도 와인 애호가로서 기본은 할 수 있을, 쉽고도 간단한 엑기스만을 뽑아본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시킬 때, 적당한 와인 이름이 없거나 생각나지 않을 때는 '하우스 와인'이 있는지를 물어본다. 하우스 와인이 있다면 그것을 주문하면 아주 간단하다. '하우스와인은 싸구려'라는 편견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 레스토랑의 이름을 걸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와인이기 때문에, 고급식당일수록 충분히 음미하고 값에 비해 품질이 좋은 와인을 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양의 레스토랑에선 얼마만큼 질 좋은 와인을 구비했느냐가 그 집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한 몫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우스 와인이 나쁘면 그 식당의 평이 나빠질테고, 결국은 손님이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지 않는가. 그러니 하우스 와인을 마시고 실망하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레스토랑이 와인 생산지에 위치해 있다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인 로컬 와인을 주문하는 것 또하나 상당히 현명하고 간단한 선택이다. 어느 음식이든지 본고장의 토속음식이 가장 맛있는 법 아닌가.

소무리에라고 불리는 와인 담당자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와인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본고장에서는 웬만한 되는 식당이라면 와인에 관한 모든 일을 전담하는 소무리에가 있기 마련이다. 이 와인 담당자는 포도, 와인, 잔, 열쇠 같은 것을 모티프로 한 표시를 가슴에 달고 있어서, 일반 웨이터와 혼동하지 않고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주문할 음식을 소무리에에게 얘기해 주면서 그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부탁한다면 아주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것이니 더없지 않겠는가.

와인 주문이 끝나면 시음단계가 된다. 와인 애호가들이 시음을 할 때의 모습을 보면, 일종의 의식을 치르듯이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격파의 시음하는 과정을 보면 이렇다. 첫 번째로 와인이 담긴 잔을 바깥쪽으로 약간 기울여 들고는 가볍게 돌려 빛깔과 빛나는 모양을 본다. 그 다음에는 와인 잔을 가볍게 돌려 향기가 잔 안에 가득 퍼지게 한다. 향기를 충분히 맡고는 한 모금을 입으로 가져가는데, 이때 바로 삼키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 왕사탕을 하나 넣고 굴리는 기분으로 혀 위에서 돌려가며 맛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후 와인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까지를 갖는 것이다.

여러 일행과 같이 레스토랑에 앉아있을 때는 한 사람이 대표로 시음을 하게 된다. 이때 시음자는 그날 와인 값을 낼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만일 웨이터가 잘못 알고 다른 사람에게 시음을 하게 끔 바로 잡아줘야 한다.

시음하는 과정에서도 잔을 어떻게 드느냐가 와인 즐기기의 기본 매너에서 아주 중요하다, 원래 적포도주는 상온 정도에서, 그리고 백포도주는 차게 해서 마셔야 그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 잔을 잡을 때는 잔의 길다란 다리를 쥐는 것이 적당하다. 특히 백포도주의 경우에는 몸체에 손을 얹어 와인이 체온에 의해 데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건배할 때 잔을 서로 부딪치는 것은 격식을 차리지 않는 자리에 한한다. 잔을 기울이며 가까이 있는 사람과 시선을 맞추고는 축하의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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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자경, '맛으로 느끼고 멋으로 즐기는 지구촌 음식문화 기행', 도서풀판 자작나무(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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